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절망의 늪에서 헤어 나오고 있는 시기에 출간했다.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독자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했다.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개인으로서 자본주의 시스템에 너무 무감각하게 살아온 건 아닌지, 내가 모르는 세력이 있는 건 아닌지 기대를 갖고 책장을 펼쳤다.
빚이 있어야 돌아가는 사회
우리는 은행이라는 곳이 예·적금을 받고 대출을 해주는 기관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요즘은 각종 증권, 보험, 카드 관련한 금융상품도 판매하고 있다. 은행이 하는 일은 돈을 보관하고 그것을 그대로 대출해서 어느 정도의 수익을 챙기는 일이 아니다. 은행이 하는 일의 본질은 없던 돈을 만들어내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은행은 남의 돈으로 돈을 창조하는 곳이고, 이자를 받으며 존속하는 회사인 것이다. 은행이 있어 돈의 양이 늘어났다. 고객들이 대출을 해가야 새 돈이 생기고, 그래서 우리 사회는 빚을 권하는 사회가 된 것이다. 그래서 자본주의 사회는 '돈으로 굴러가는 사회'가 아니라 '돈을 창조하는 사회'라고 해야 보다 정확할 것이다.
은행 시스템에서의 이자는 의자 앉기(뺏기) 놀이와 같다.
1. 돈은 한정되어 있다.
2. '이자+실제의 돈'은 '실제의 돈' 보다 더 많다.
3. 누군가 '이자를 내야 한다'고 말하고, 이자를 내지 못하면 신용불량자가 되어 파산한다.
4. 따라서 돈을 빌렸다면 이자를 내기 위해 남의 돈을 가져와야 한다.
이런 시스템에서는 경쟁이 필연적이다. 시스템에는 없는 '이자'가 실제로는 존재하는 한, 우리는 다른 이의 돈을 뺏기 위해 끊임없이 경쟁해야만 한다.
금융자본주의
노동력을 중심으로 하는 자본주의에서 금융을 중심으로 하는 자본주의로 전환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돈이 돈을 만드는 사회'인 것이다. 이는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성인이라면 누구라도 느낄 부분이다. 급여로는 부의 축적이 힘든 시대에 해외주식, 가상화폐, 부동산 등에 투자를 하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이지 않은가. 금융상품 가입 시에 유의할 사항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은행에서 판매하는 금융상품들(펀드, 보험 등)의 불완전판매에 대해 모르는 것은 알 수 있을 때까지 묻고 확인하라고 조언한다. 금융공학의 발전으로 금융상품들의 구조는 갈수록 복잡해지고, 판매자들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판매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내 경험상 구조가 복잡하고 설명하기 어려운 금융상품들은 제안서에서 제시하는 결론에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요즘은 블로그나 인터넷에도 많은 정보가 있으니 참고하면 좋다.
자본주의의 대안, 복지 자본주의
전반부에서는 자본주의 시스템과 금융상품 투자 시 유의 사항에 관한 부분을 다뤘다면, 후반부에는 소비와 자본주의의 대안에 대해 다루고 있다. 우리는 늘 광고에 노출되어 살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광고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청소년기에 접어들면서 광고의 논리와 메세지를 그대로 내면화하면서 소비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구축해 가는 과정을 겪는다. 우리는 무언가를 소비할 때 이성적 판단을 하고 있다고 착각을 한 것이지 결국 우리의 소비습관을 지배하는 것은 감정이다. 이 감정을 의식적으로 합리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슬프거나 자존감이 낮을 때 더 소비를 하려는 경향이 있다. 습관적으로 부족한 자존감을 채우기 위해 불필요한 소비를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복지 자본주의'를 제안하고 있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에서 제시한 자본주의의 모습 이후 마르크스의 경고, 케인스의 거시경제학, 하이에크의 신자유주의까지 자본주의는 위기를 겪을 때마다 새롭게 변신하면서 살아남았다. 자본주의를 대체할 체제는 지구상 아직은 없다. 결국 고쳐 써야 한다는 것. 그 대안으로 복지 자본주의를 제안한다. '퍼주기식 복지'가 아닌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생산적인 복지, 약자들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실패를 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건강한 복지다. 자영업자의 몰락, 대기업들의 경쟁력 약화, 대외 환경 등 언론에서는 힘든 이야기들로 도배되고 있다. 힘든 시기이기에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스템을 제대로 이해하고 살아가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조금 더 깊이 있는 내용을 다뤄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초보자들도 부담 없이 읽기에는 좋은 책이다.